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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 짜준다, 내몸에 착 맞는 옷…정부 지원 건국대 '아이패션' 기술

주말 골퍼 윤순구(55.사업)씨는 골프 장갑을 자주 바꾸는 편이다. 손가락이 가늘고 짧은 편이라 시중에 나온 골프 장갑을 착용하면 장갑 끝 부분이 조금씩 남는다. 스윙을 하다 보면 장갑과 손의 밀착도가 낮아 그립이 미끄러지는 느낌도 든다. "스코어가 나쁘면 실력 탓이겠거니 하지만 어떨 땐 장갑 원망도 한다"며 웃었다. 골프 장갑부터 청바지 같은 옷에 이르기까지 기성 제품이 몸에 잘 맞지 않아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그렇다고 웬만한 옷을 다 맞춰 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비싸고 번거로워 이미 나온 제품에 몸을 맞추는 게 상책이다. '아이패션(i-fashion)'이라는 기술이 이의 해결사로 등장했다. 아이패션은 맞춤 의류.패션에 정보기술(IT)이 녹아 들어간 것이다. 소비자가 주문하면 기업이 IT를 활용해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맞춤 의류가 줄자를 쓰는 수공 소량생산이라면 아이패션은 신체 치수 측정과 재단.제작 등 전체 공정에 IT가 들어간다. 덕분에 다품종.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정부가 이런 융합 기술을 키우기 위해 건국대 아이패션 의류기술센터에 수년 전부터 50억원을 지원한 것이 이제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융합 기술을 개발해 기업에서 상용화할 만한 단계까지 온 것이다. 의류.패션 업계엔 '왜 우리나라에선 나이키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탄생하지 못할까'하는 오랜 자괴감이 있다. 그래서 맞춤형 브랜드를 육성해 해외시장을 공략하자는 것이다. 'IT 강국'답게 맞춤의류의 IT 융합기술은 우리나라가 선도적이라고 한다. ◇맞춤 장갑=아이패션 기술이 우선 가장 잘 먹히는 분야는 장갑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리그에서 활약 중인 김하늘(22) 선수는 최근 건국대 아이패션 기술센터에서 정확한 왼손 치수를 쟀다. 손에 맞는 골프 장갑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핸드 스캐너에 손을 넣었더니 왼손이 컴퓨터 화면에 뜨고 손가락 길이가 정밀하게 측정됐다. 스캐너가 읽은 정보는 장갑 제조업체인 디앤앰에프를 통해 제품화돼 1주일 만에 그에게 배달됐다. 김 선수는 "손과 장갑.그립이 일체감이 느껴질 정도로 그립감이 좋다"고 말했다. 이 회사 전형중 대표는 "아직 제품광고조차 하지 않은 단계인데 입소문을 타고 프로골퍼나 아마추어 고수들한테서 매달 200~300켤레의 주문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맞춤형이 이미 기성 제품을 압도한 분야는 전투기 조종사용 장갑이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은 올해부터 핸드 스캐너로 자신의 손 치수를 정밀측정해 맞춤형 장갑을 지급받고 있다. 박창규 건국대 아이패션 의류기술센터장(섬유공학과 교수)은 "전투기 조종처럼 손의 미세한 감각이 중요한 일에는 고도의 맞춤형 장갑이 필수품"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의 확장=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은 9월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와 공동으로 여성들을 위한 맞춤형 의류 체험행사를 했다. 건국대 아이패션 의류기술센터의 기술지원을 받았다. 직장인 전모(24.여)씨는 당시 백화점에 들렀다 호기심이 발동해 매장에 설치된 원통에 들어갔다. 돌면서 신체 치수를 재는 전신 스캐너였다. 스캐너가 읽은 그의 신체 치수 정보는 원통 바로 옆 대형 모니터로 전달됐다. 모니터에서는 전씨와 동일한 체형을 지닌 아바타가 나타났다. 그런 다음 아바타에게 다양한 스타일의 청바지를 입혀보는 가상체험이 이어졌다.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아바타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청바지 스타일을 고를 수 있게 한 것이다. 전씨는 "피팅룸에 들어가 몸소 옷을 입어보지 않아도 여러 스타일의 옷을 입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IT의 매력은 원격 서비스다. 고객은 매장에 들르지 않아도 자신의 신체 정보만 정확히 측정해 놓은 것이 있으면 인터넷(www.icordi.co.kr)에 접속해 아바타에게 대신 옷을 입혀보고 몸에 맞는 의류를 고를 수 있다.  아이패션 기술의 의류업계 도입 정도는 아직 지지부진하다. 새로운 기술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업체는 많지만 기존의 기성복 시장을 버리고 맞춤형으로 과감히 전환하는 데는 주저하는 편이다. 박 센터장은 "관련 인프라가 아직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전신 스캐너 같은 장비를 활용해 자신의 신체정보를 측정하고 그 정보를 신용카드 같은 데 입력해 들고 다니면 모를까 아직 아이패션 서비스를 주고받을 여건이 덜 갖춰져 있다는 이야기다. 전신 스캐너 같은 고가 장비를 도입하는 데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고 소비자들이 자신의 신체정보를 들고 쇼핑을 하게 되면 맞춤형 패션시장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의류 중에서는 야구.축구 동호회 등 유니폼 시장의 문이 가장 빨리 열리고 있다. 최근 '천하무적 야구단'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야구 동호회가 8000개로 급증했다. 스포츠 동호회원들은 유니폼은 물론 점퍼.혁대.양말 등 의류까지 아이패션 기술로 장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강홍준 기자

2011-01-07

[포장 테크놀로지가 IT 미래 바꾼다-3] 전문가 좌담

패키징 시장 매년 10% 성장…올 세계 시장 280억 달러 장비산업 대부분 수입 의존…산.학.연 연구 정보 공유 절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인 한국. 하지만 반도체를 포장하는 패키징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1위 자리를 안심할 수만은 없다. 전자기기를 얼마나 얇고 가볍게 만드느냐는 패키징 기술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본지는 2회에 걸쳐 '포장 테크놀로지가 IT 미래를 바꾼다'란 주제로 국내외 패키징 기술 개발 현장을 살펴봤다(7월 24일자 7월 31일자 G4면).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정부.기업.연구소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내 패키징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참석자 명단(가나다순) ▶강남기 전자부품연구원 에너지디스플레이연구본부장 ▶우태희 지식경제부 주력산업정책관 ▶이낙규 한국생산기술원 융합생산 기술연구부장 ▶이춘흥 앰코코리아 기술본부장 ▶장동영 서울테크노파크 원장(사회) ▶사회= 패키징이란 말 다소 생소한데요. 패키징 산업은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강남기= 패키징 하면 대개 포장지를 연상하죠. 저희가 말하는 패키징은 반도체가 완성된 뒤에 반도체를 먼지나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덮개를 씌우고 반도체에서 나오는 신호를 외부 부품에 전달하기 위해 연결선을 만드는 공정을 말합니다. 사람 두뇌를 중앙처리장치(CPU)라고 합시다. 패키징은 이 두뇌에 혈관과 신경세포가 들어가 혈액과 신호를 공급하고 뼈와 피부를 이용해 두뇌를 보호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최근에 모바일 기기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이것들이 잘 작동하기 위해 패키징 기술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패키징 시장은 280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0% 정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회= 반도체 분야에서 패키징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이춘흥=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게임에선 얼마나 얇고 가볍게 제품을 만드느냐를 두고 경쟁합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게 패키징 기술입니다. 또 2014년부터 유럽에선 이런 제품엔 납을 못 쓰게 됩니다. 지금은 패키징에 납이 들어가고 있거든요. 따라서 패키징에서 걸려서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실리콘 공정은 45나노 40나노 28나노로 점점 발전하는데 마지막 공정인 패키징에서 막히게 돼 버립니다. 반도체 업체로선 굉장한 손해를 볼 수 있는 거죠. 이제는 세계적인 업체와 손잡지 않으면 28나노나 40나노 주문을 받아도 소용 없습니다. ▶사회= 아무리 삼성전자가 좋은 반도체를 만들어내도 이를 잘 활용하려면 패키징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군요. 국내에서는 어떻게 대응을 하고 있는지요. ▶강= 국내의 패키징 산업은 1970년대 아남반도체가 외국기업과 기술제휴로 반도체 조립생산체제를 구축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엔 낮은 수준의 기술개발이 주였는데 80년대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을 늘리면서 패키징 산업과 기술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국내 패키징 기술은 공정 기술 면에서는 많이 업그레이드가 돼 있습니다. ▶이춘흥= 지금 한국의 기술은 최첨단입니다. 한국의 패키징 기술이 세계를 선도하는 수준에 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 장비가 중요한데 국내 패키징 장비 기술 수준은 어떤가요. ▶이낙규= 반도체 패키징은 사람으로 치면 피가 흐르게 하는 즉 제품으로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일련의 공정입니다. 이와 관련된 장비들은 외국산 장비가 상당히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거의 다 일본이나 미국산을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부 분야에선 국산 장비업체도 개발하는 수준까지는 올라왔지만 양산하는 기술은 아직 떨어집니다. 삼성전자나 삼성전기 같은 대기업은 국내장비를 잘 쓰지 않고 있습니다. 고급 고가의 장비에선 국내 기술 수준이 선진국의 60% 정도입니다. ▶이춘흥= 국내 장비업체의 수준은 괜찮습니다. 잘하는 회사도 있죠. 문제는 우리나라 장비 회사들이 자본이 부족하고 글로벌화가 안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능성 있는 장비회사는 많지만 자기 시장을 찾아낼 수 있는 여건이 안 됩니다. 장비 하나 만들면 보통 20억원이 들어가는데 대출 받아서 만들어서 검증 받기까지 기업이 버틸 수 없는 거죠. ▶사회= 차세대 패키징 기술 개발엔 그동안 정부의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우태희= 반도체나 디스플레이가 세계시장 1위를 자랑하지만 장비산업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후공정 관련 장비는 60%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할 일이 많습니다. 2007년 패키징 산업이 앞으로 국가의 중요한 산업 원동력이 되겠다 해서 지원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11년까지 '차세대 패키징 공정 장비 실용화 사업'이란 이름으로 총사업비 350억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회= 공정장비 실용화사업의 성과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강= LG이노텍의 경우 전통적인 인쇄회로기판을 매우 작게 반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걸 활용하면 스마트폰 부품 중에서도 부피가 큰 카메라 모듈의 크기를 확 줄일 수 있죠. 네페스는 웨이퍼 상에서 다양한 칩을 올려 소형화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창조적인 아이템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각 장애인이 앞을 볼 수 있게 하려면 지금은 머리에 엄청 큰 장비를 써야 하는데 이 기술을 개발하면 작은 장치로 가능하게 됩니다. ▶사회= 패키징 분야에서 많은 해외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기술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나요. ▶이춘흥= 기업체 간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에코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무작정 앉아서 장기 개발한다고 장비를 만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에코 시스템을 통해 시장의 수요가 무엇인지를 빨리 알아채야 장비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이낙규= 장비를 개발했지만 아무도 테스트를 안 해주고 이를 위한 웨이퍼 관련 도면도 전혀 공개하지 않으면 우리 장비산업은 클 수가 없습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들이 개발하는 장비를 시험가동해 줘야 이를 바탕으로 외국에 수출도 할 수 있죠. 대기업이 열린 마음을 갖는 게 장비산업 발전에 중요합니다. ▶강= 학교 따로 연구소 따로 기업 따로 하다 보니 시너지를 못 내는 게 한국의 연구 풍토입니다. 반도체 패키징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달리 공정장비 실용화 사업은 이질적인 집단이 모여 처음으로 시도한 사업입니다. 기계.회로.공정.재료를 담당한 사람들이 모여 컨소시엄 안에서 피드백을 해준다는 점이 긍정적입니다. ▶우= 올 들어 정부는 기업 연구개발(R&D) 정책을 바꿨습니다. 과거 R&D 정책이 여러 곳에 n분의 1로 쪼개주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잘 되고 있는 분야로 몰아줍니다. 성과를 내자는 것이지요. 차세대 패키징은 성과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 계속 지원할 계획입니다. 초기엔 투자자금이 많이 들어 기업들이 패키징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하이닉스나 LG 같은 대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궤도에 오르고 있습니다. 선진국 대비 기술수준도 90%까지 따라갈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정리=한애란.권희진 기자

2010-08-13

[포장 테크놀로지 IT 미래 바꾼다-2] 패키징 발전 없으면 반도체 강국 어려워

하이닉스는 지난달 중국 장쑤성 우시에서 반도체 후공정 공장인 하이테크반도체 유한공사의 준공식 행사를 열었다. 1600여명의 종업원이 일하게 될 이 회사에선 1Gb(기가비트) D램 기준 월 1억개 가량의 후공정 작업이 이뤄지며 연간 3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닉스는 패키징과 테스팅 등 후공정 작업을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비중을 높여왔다. 하지만 하이테크반도체는 하이닉스가 운영한다. 직접 챙겨야 할 정도로 후공정 작업이 중요해진 것이다. 한국에서도 차세대 패키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분야의 전문기업은 물론이고 칩 생산업체까지 패키징 신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도 이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미세공정의 한계= 그동안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 패키징을 포함한 후공정 분야는 찬밥 신세였다.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에 관심과 지원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회로의 선폭이 줄면 같은 크기의 웨이퍼에서 훨씬 많은 반도체 칩을 만들 수 있다. 수익성은 배로 뛴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메모리 시장을 지배해온 것도 이런 미세공정을 남보다 앞서 개발했기 때문이다. 반면 패키징을 비롯한 후공정은 기술 수준이 낮은 '포장 기술' 정도로 인식됐다. 인건비가 싼 외국 업체에 외주를 주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러다 보니 현재 패키징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3%(매출액 기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세공정이 40나노급까지 발전하면서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반도체 칩의 성능이 아무리 개선되더라도 전기적 신호를 밖으로 전달해주는 패키징 기술이 따라오지 못하면 병목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재의 특성상 더 이상 회로 폭을 줄이기도 어려워졌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장비와 공정개선에 들어가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경제성이 떨어져서다. 칩의 저장용량이 18개월마다 2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달한 셈이다. 전자부품연구원 강남기 디스플레이연구본부장은 "칩을 잘 포장해 부피를 줄이면 돈을 적게 들이고도 반도체 미세공정을 향상시킨 것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칩이 한 기계 안에 들어가는 전자기기가 늘면서 칩 부피를 줄이는 게 중요해졌다. ◆기술은 좋지만 장비가 문제= 매출에서는 대만과 싱가포르 업체에 뒤지지만 첨단 기술 분야에서 한국 업체들의 수준은 최상위급이다. 패키징 업계에선 세계에서 기술이 가장 앞선 업체로 싱가포르의 스태치팩을 꼽는다. 옛 현대전자의 패키징 사업부가 모태인 스태치팩은 반도체 칩을 위로 쌓은 뒤 구멍을 내서 전기신호를 통하게 만드는 TSV(Through Silicon Via) 기술을 상용화했다. 한국 업체인 네패스도 이미 TSV 공정기술을 개발했고 수율을 높여 상용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칩이 아닌 웨이퍼를 쌓아올려 패키징 작업을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아남반도체의 미국 판매법인이 본사를 인수한 앰코코리아의 경우 게임과 네트워킹 휴대전화용 패키징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2007년부터 서울테크노파크의 '차세대 패키징 공정장비 실용화 사업'을 통해 패키징 분야의 차세대 공정과 장비 개발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패키징 장비는 아직 초보 수준이다. 한국에서 몇 안 되는 후공정 장비업체 중 하나인 고려반도체의 이승우 팀장은 "장비업체가 영세해 미리 장비를 개발해 수요를 일으킬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외국 장비업체가 정한 공정에 따라 반도체를 만들어야 하는 기술 종속의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패키징 산업 장기발전 계획에 장비 개발을 중요한 분야로 꼽고 지원을 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우태희 주력산업국장은 "그동안 전공정 부문에 많은 지원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면 앞으로는 후공정과 장비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로 균형 잡힌 산업구도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종현 성균관대 교수 "휘는 소재 나오면서 패키징 더욱 중요해져" “패키징 분야에서 신기술을 먼저 확보하지 못하면 앞으로 반도체 강국의 지위도 지키기 어려워질 겁니다.” 성균관대 재료공학부 안종현(사진) 교수는 패키징 기술이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그래핀 투명전극을 30인치 크기로까지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핀은 투명하면서 휘는 성질까지 갖춘 소재다. 그의 연구 결과는 대형 디스플레이나 터치스크린도 접거나 둘둘 말아 다닐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안 교수는 “휘는 소재가 도입되면서 패키징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 구체적으로 현실을 어떻게 바꾸는가. “스마트폰을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굉장히 많은 기능이 들어가 있는데 각 기능마다 칩이 필요하다. 이런 칩을 포장하고, 외부와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이 발전하면서 작지만 강력한 기능의 스마트폰이 나올 수 있었다.” -최근 들어 패키징에 관심이 부쩍 늘었는데. “반도체 산업은 같은 크기의 웨이퍼에 얼마나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어넣을 수 있느냐로 기술력이 판가름난다. 그러려면 회로를 구성하는 선의 폭을 줄여야 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줄이는 데 한계가 온 것 같다. 그런데 같은 용량의 트랜지스터를 두세 겹 쌓을 수 있다면 용량을 두세 배 늘리는 것과 같다. 대만 회사는 두 겹 쌓는데, 삼성이 네 겹으로 쌓을 수 있다면 생산성이 두 배로 커지는 것이다. 이런 기술은 기존 반도체 기술이 아니라 패키징 기술로 해결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지금까지는 핵심 기술만 자체 해결하고 나머지는 외주를 줘서 해결했다. 물량에서 대만에 뒤진 이유다. 하지만 차세대 핵심 기술면에서는 여전히 선두그룹에 있다. 문제는 개발한 기술을 얼마나 빨리 양산에 적용할 수 있느냐다. 삼성이 40나노 공정까지 업계를 이끈 것은 해당 기술을 6개월 정도 앞서 양산에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취재팀

2010-07-30

포장 테크놀로지가 IT 미래 바꾼다…스마트폰 혁명 주역은 IC칩 포장하는 '패키징 기술'

'단순한 부품 결합 기술' 옛말     2012년 세계시장 규모 336억달러 IT 경쟁력 키울 고부가산업      대만에 세계톱10 중 다섯 곳 일본 등 국가 전략사업으로      홍콩·일본선 산학연 공동연구 지난달 17일 오전 대만 남서부 도시 가오슝의 난쯔수출가공구역. 정문을 지나 100m쯤 들어가자 건물 여기저기에 밝게 웃는 해 모양의 마크가 나타났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패키징 업체인 ASE그룹의 상징이다. 한 해 3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의 생산기지이자 본부다. 복도 벽면에는 각국 정부와 기관으로부터 받은 인증서들이 즐비했다. '최소 크기로 최대 효과 창출'이라는 표어가 인상적이다. ◆노동집약형에서 고부가형 기술산업으로 ASE의 표어는 패키징 산업의 목표를 가장 잘 압축하고 있다. 각종 첨단기기에 들어가는 집적회로(IC)의 크기를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패키징 시장 규모는 2008년 231억 달러에서 연평균 9.8%의 성장률을 보여 2012년에는 336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대만.미국.싱가포르 등 패키징 선진국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고집적 패키징 등 신기술과 패키징 장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강남대 김구성 전자공학과 교수는 "노동집약적이었던 특성에서 벗어나 기술력을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ASE코리아 배웅(54) 사장은 "ASE는 이 점에 착안해 기술개발을 했고 3D(3차원) 패키징과 웨이퍼레벨 패키징 구리와이어본드 생산량 등에서 세계 1위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대만에는 ASE말고도 세계 3위의 패키징업체인 SPIL 5위인 PTI 등이 있다. 이 분야에서 세계 10위 기업 중 다섯 개가 포진해 있다. 대만에 본사를 둔 기업들은 전 세계 패키징 산업 매출의 48%를 차지한다. 미국(14%).싱가포르(12%).일본(12%) 등이 뒤따르고 있다. ◆산.관.학 연계한 기술개발 이들 국가에서는 패키징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부와 학계의 참여가 활발하다. 이혜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과거에는 단순히 IC칩을 결합해 파는 수준으로만 여겨지던 패키징 기술이 이제는 새로운 재료 개발과 테스트는 물론 관련 기기를 만드는 산업으로 확장되면서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의 중서부 도시 신쥬에는 이 나라 기업 경쟁력의 산실로 불리는 산업기술연구원(ITRI)이 있다. 1973년 설립된 이곳이 보유한 특허만 1만232개에 달한다. 세계 12위 파운드리업체인 TSMC와 UMC도 ITRI로부터 각각 87년과 80년에 기술을 이전받아 발전했다. ASE 역시 자체 연구 시설을 갖추기 이전에는 ITRI와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싱가포르 IME(Institute of Microelectronics)는 통상산업부의 하부 조직으로 기업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기술 개발을 의뢰하면 연구개발해 기업에 이전해 준다. 선임 연구원인 바이디아나탄 크리페시는 "기업 자체적으로도 기술 개발이 가능하지만 개발비가 부담되고 시간상 신속히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IME가 나서 그 역할을 대신해 준다"고 설명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초첨단전자기술개발기구(ASET) 역시 ITRI.IME와 같은 산.관.학이 연계한 연구조직이다. 특히 이 기구에는 대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96년에 설립돼 히타치.도시바.엘피다 등 32개 기업이 조합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가다 모리히로 3D집적화기술연구부 부장은 "이 기관은 반도체 전공정 기술개발을 위해 설립됐지만 90년대 후반 이후 패키징 기술이 떨어지면 전공정 기술도 빛을 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 현재 패키징 기술까지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ASET은 기술을 개발하고 실용화 가능성 실험까지 마친 뒤 기술을 기업에 이전해 주는 역할을 한다. 기업들이 기술을 사용하겠다고 신청하면 이를 심사해 사용권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예산은 90% 이상이 정부 지원이다. ◆실용적 마인드 갖춘 정부와 대학 정부의 지원과 학계의 연구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돈을 벌겠다"는 실용적 마인드다. 2005년 싱가포르에 진출한 한국 패키징 전문 회사인 네패스는 싱가포르 통상산업부로부터 진출 당시 20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이 회사 기술.경영 담당인 김종헌 부사장은 "싱가포르 당국은 어떤 산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직접 나서서 러브콜을 하고 인센티브도 많이 준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패키징 산업은 최근 이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다. 네패스는 웨이퍼 상의 칩에 미세한 돌기(범프)를 형성시켜 소형.고집적 패키징을 가능케 하는 기술특허를 갖고 있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법인세 10년 면제 혜택을 받았고 기계와 원재료 구입비 연구개발 및 인건비 등도 30~50%의 지원을 받았다. ■패키징 관련 용어 반도체는 생활에서 많이 쓰이지만 반도체 산업에서 쓰이는 용어들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패키징 분야는 특히 낯선 용어가 많이 쓰인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패키징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를 정리했다. ◆전공정= 반도체 칩을 제조하는 공정으로 둥근 판 모양의 웨이퍼 위에 여러 막을 씌운 뒤 파내면서 회로를 만드는 순서로 진행된다. ◆후공정= 만들어진 칩을 패키징하고 측정·검사하는 공정. ◆패키징= 웨이퍼로부터 제작된 칩을 전기적으로 외부와 연결하고, 온·습도 및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겉을 포장하는 작업. ◆3D 패키징= 고집적화를 위해 한 개의 패키지 안에 2개 이상의 칩을 쌓아 올리거나, 완성된 개별 패키지를 쌓아 올리는 패키징 기술. ◆웨이퍼레벨 패키징= 웨이퍼 한 장에 만들어진 여러 개의 칩을 자르지 않고 웨이퍼 상태에서 한꺼번에 패키징한 후 나중에 절단하는 기술. 공정 및 재료를 줄이는 차세대 패키지 기술. ◆SOC(System On Chip)= 메모리와 그래픽·프로세서·음성통화 등 과거 개별 칩으로 만들던 기능을 하나의 칩에 모아 만든 칩. ◆SIP(System In Package)= 유사하거나 서로 다른 IC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쌓아 여러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든 패키지. ◆TSV(Through Silicon Via)= 칩을 위로 쌓는 패키징에서 회로를 칩 밖으로 빼지 않고 칩에 구멍을 뚫어 이를 관통하는 전극을 만들어 신호를 전달하는 기술. ◆무어의 법칙= 하나의 칩에 들어가는 소자의 수가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법칙. 인텔의 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1964년 주장한 법칙이다. 이에 비해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소자 집적도가 1년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내놓았다. 특별취재팀

201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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